
"고인은 왜 삼베옷을 입을까? 죄인도 아닌데, 마지막 길이라면 평소 좋아하던 옷을 입히면 안 될까?"
장례식장에 놓인 하얀 삼베 수의를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리를 스칩니다. 고인에게 화려한 장식을 입히지 않고, 심지어 평소 즐겨 입던 옷도 아닌 삼베를 입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만약 내 장례라면,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싶은 걸까요?
삼베 수의, 전통과 의미
삼베 수의는 마로 짠 흰 옷입니다. 염색도 장식도 없는 가장 자연스러운 옷감이죠. 이는 단순히 옷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의 겸손과 평등을 상징합니다.
조선 시대까지 삼베는 상(喪) 중에 유족이 입는 옷이었습니다. 신분과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두가 고인 앞에서 죄인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대신 고인은 삼베옷이 아니라 평소에 입던 옷을 입혀드렸습니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로 넘어오면서 고인에게 삼베옷을 입혀 드리는 의식으로 변모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화려함보다 정결함을 상징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베 옷의 성질과 같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상징을 부여하거나 마지막 고인이 가는 길에 정결함을 더해 드린다는 의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삼베는 통풍이 잘 되고, 화장할 때 연기가 적으며, 매장을 해도 자연스럽게 소멸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옷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베 수의, 왜 비쌀까?
이런 삼베 수의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요? 현재 삼베 수의 가격은 일반형의 경우도 50만 원이 넘고 고급형 수의는 100만 원이 넘습니다.
삼베는 천연 마섬유에서 나오고, 재배와 가공 과정이 오래 걸립니다. 재단과 수작업 봉제가 필요해서 제작 과정도 정성이 들어갑니다. 대량 생산이 어려워 단가가 높습니다. 게다가 장례식장에서는 수의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고급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옷을 입히는 현대 장례 늘고 있다
최근 이런 삼베 수의 전통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고인이 평소 즐겨 입던 옷이나 결혼식, 기념일 때 입었던 옷을 수의 대신 입혀 드리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또 고인이 생전에 "본인이 입었던 옷으로 수의를 입혀달라"거나 "나는 내가 지어 놓은 수의로 입혀달라"는 유언에 따라 다른 옷을 입혀 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 있는 옷을 입혀드리면 고인의 뜻도 받들어지고 유족들도 고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전통 수의와 달리 좀 더 의미 있는 장례가 가능하게 됩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내 마지막 길에, 나는 어떤 수의를 입으면 좋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 생각은 남들이 똑같이 입는 삼베 수의보다는 평소에 내가 즐겨 입던 옷, 내 삶에서 기억되는 옷을 입고 싶어집니다. 그 옷에 내 삶과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지막 가는 길이 누구나 하는 의례가 아니라 내 삶을 추억하는 나 만의 순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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