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연명의료는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다 - 존엄사 논쟁 뒤에 숨은 건강보험 재정, 가족 부담, 제도 공백에 대한 이야기

광명 정 2025. 12. 1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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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연명의료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어머니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했던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면서 "초고령화 시대에 연명의료 문제를 이대로 두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해 관심을 받았다.

비단 이 총재뿐만 아니라 어느 가족이든 언제가 연명의료라는 결정 앞에 서게 된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생애말기 상황에서 인공호흡기. 투석.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중단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 어려운 결정을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두었다.

그 결과,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선택을 반복해 왔다.

 

최근 공개된 연구 데이터는 그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65세 이상 사망자의 67%가 연명의료를 경험했는데, 실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 고령층은 84.1%에 달했다.

즉, 원하지 않는 연명의료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벼락치기 존엄사... 임종 직전 가족에게 떠넘겨진 결정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이미 7년.

하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를 미리 작성한 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직 이른데 왜 미리 쓰냐"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임종에 들어서면 의료진이 가족에게 묻는다.

"연명의료를 계속하시겠습니까? 중단하시겠습니까?"

 

사전 논의도, 경험도 없는 가족은 일을 당해서야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구조가 연구팀이 지적한 벼락치기 존엄사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은 늘 죄책감을 앞세운 결정을 하게 되고, 환자는 본인의 의사와 다른 선택을 맞게 되고, 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적 공백이 만들어낸 고통이다.

 

초고령사회에서 연명의료는 곧 건강보험 재정 문제

공동 연구팀은 2070년 연명의료 관련 건강보험 지출이 17조 원 가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임종기 1년 의료비는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10년 간 두 배가 됐다.

이 돈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메워진다.

 

연명의료가 과잉으로 이뤄지면 그 파장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 → 보험료 부담 증가 → 돌봄. 요양.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존엄사 문제는 죽음의 문제가 아닌 재정. 복지 시스템의 문제가 된다.

 

고령층은 이미 "원치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령층의 입장은 명확하다.

무려 84.1%가 회복 가능성이 없으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대부분 연명의료를 받는다.

왜 그럴까?

● 사전의향서 작성률 낮음

● 의료진의 설명이 임종 직전에 이루어짐

● 가족에게 의사결정이 떠넘겨짐

● 제도적 대안, 상담 지원 부재

 

가족 돌봄 부담이 연명의료를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연명의료는 단순히 의료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병, 돌봄, 직장 경력 단절, 정서적 고통까지 가족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생애말기 의료비와 간병비는 퇴직한 중장년층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비용이 된다.

 

가족들은 말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정말 부모님이 원했던 마지막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지,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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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엇을 바꿔야 할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한국은 연명의료를 둘러싼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국가 등록률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원하면 작성하는 선택형 제도로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 수 없다.

● 만 65세 이상 정기건강검진 → 의향서 상담 자동 제공

● 장기요양보험 신청 단계에서 의향서 연계

● 주민센터. 건보공단에서 정기 안내

이렇게 해야 환자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

 

둘째,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지역사회 기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호스피스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기본 옵션이 되어야 한다.

● 재택 호스피스

● 방문 완화의료

● 요양원-병원 연계 모델

● 지역사회 돌봄센터와 협업

이렇게 되면 환자도, 가족도, 국가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셋째, 임종기 의료비 상한제 및 과잉진료 억제 장치를 두어야 한다.

과잉 연명의료가 의료비 증가의 핵심 원인이다.

● 특정 시술. 처치 상한제 실시

● 호스피스 선택 시 본인부담률 낮추기

● 의료기관 인센티브 구조 개편

이제는 더 하는 게 좋은 치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명의료는 더 이상 가족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연명의료는 개인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사전의향서 작성 확대 + 호스피스 확대 + 임종기 의료비 개편이라는 큰 틀의 개혁을 해야 한다.

 

그것이 환자의 존엄을 지키고, 가족의 마음을 지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고,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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